분량 치고는 조금 오래 걸렸다. 아무래도 고전(?)에 속하다 보니 어려운 점도 있었고, 작금의 현실이 너무 들어맞아서 불편한 부분도 있었다. “대형”이나 “오세아니아”에 대한 모티브는 다른 나라에서 따왔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정치적 통찰력은 어디서 오는 걸까… 현실의 어떤 부분이 작가로하여금 독자들에게 이러한 경고를 하게 만들었을까… 당시 어떤 출판사 사장이 이 소설의 원고를 읽고 직원에게 보내며 메모에 이렇게 썼다고 한다. “이것은 위대한 작품이다. 그러나 제발 앞으로 몇 년 간은 이 같은 작품을 읽지 않게 되기를…”
멀리 갈 것도 없이 식민 지배와 성노예 착취 사실을 자꾸 지우려고 하는 일본, 또 거기에 보조를 맞춰주는 한국의 일부 정치인… 국방부에서는 홍범도 흉상을 치우고, 독도는 분쟁지역이라고 스스로 주장(?)하며, 백선엽 기록에서는 ‘친일행위자’ 문구를 삭제하고… 막말로 “대형”과 같은 권력도 없는 주제에 벌써부터 이런 짓을 하고 있는 현실에 내가 살고 있다는 것이 슬프다.
목적이 살아 있다는 것이 아니라 인간적으로 산다는 것이라 할 때 그런 것이 궁극적으로 어떤 차이가 있는가?
전쟁은 지배집단의 그 백성에 대한 싸움이며 전쟁의 목적은 영토의 정복이나 반항이 아니라 사회구조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에 있다.
조금 이상한 것은 내가 가지고 있는 책에는 번역자가 “김병익”이라고 되어있는데, 지금은 리디의 내 서재에 들어가 보면 내가 산 건 판매 중지 상태. 검색해 보면 같은 문예출판사에서 표지도 같은데 번역자는 “김승욱”이라고 변경되어 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그리고 이걸 사 놓은지 모르고 코너스톤 출판사 거를 하나 더 구매해 놨다. (…) 나중에 다시 읽을 때는 다른 번역본으로 시도해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