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별인사 (김영하)

이걸 읽을 당시에는 밀리 독점 공개였나 그랬다. 아무튼 큰 재미는 없었으나 약간의 감동은 있었던 기억이 난다. 휴머노이드에 대한 얘기와 그 인권(?)에 대한 담론이 결국 인간 자체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지는 작품들은 어디선가 많이 본 것 같은 느낌. 그래도 철이와 선이의 관계와, 마지막 회동 쯤에서는 가슴이 아려지는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당시의 인류는 온갖 것으로 고통받았고, 당장 고통받고 있지 않을 때에도 미래의 고통을 걱정하면서 또 고통을 겪었다.


“인간은 과거와 현재, 미래라는 관념을 만들고 거기 집착합니다. 그래서 인간들은 늘 불행한 것입니다. 그들은 자아라는 것을 가지고 있고, 그 자아는 늘 과거를 후회하고 미래를 두려워할 뿐 유일한 실재인 현재는 그냥 흘려보내기 때문입니다.”


배고프면 먹고, 고통은 피하고, 잠이 오면 안전한 곳을 찾아 몸을 뉘어야 한다. [오즈의 마법사]의 허수아비가 인간들은 참으로 번거롭겠다고 불평했던 바로 그것들이 나한테는 귀한 선물이었다.


이야기는 한 번밖에 살 수 없는 삶을 수백 배, 수천 배로 증폭시켜주는 놀라운 장치로 ‘살 수도 있었던 삶’을 상상 속에서 살아보게 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