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틸유아마인 (사만다 헤이즈)

괜찮은 반전이었다고 생각한다. 다시 읽어보기는 귀찮지만 (…) 복선도 꽤 있었던 것 같고. 적절한 맥거핀도 있어서 재밌다. (그러고 보니 그 맥거핀이 맥거핀이 아닌 복선이었나?)

범인 빼고 모두가 해피 엔딩이지만 아마도 요즘 우리나라에서 민감한 문제때문에 욕을 먹을 수도 있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도 그 주인공의 마지막 용서는 별로 마음에 들지 않지만.. 검색해 보니 작가가 이 분을 주인공으로 하여 시리즈를 쓰고 있는 것 같은데 앞으로는 또 어떻게 전개될 지는 모를 일이니. 첨언하자면 주인공들의 선택은 그 인물의 선택일 뿐이지 모든 여성의 선택은 아니라는 점. 그리고 작가도 여성이다.

인상깊었던 점은 작가의 디테일한 서술이다. A라는 주제에 대해서 두 사람이 대화하는 와중에 한 사람이 하고 있는 다른 생각을 알려주는 부분이 많은데 이게 상당히 현실적이면서 재밌다. 누구나 어떤 행동을 하면서 머리 속으로는 그 행동과 상관이 있을 수도, 없을 수도 있는 오만가지 생각을 다 하는 법이니까. 그러면서도 그 안에 복잡한 심리와 감정을 담아서 좋았다. 예를 들면 이런식이다.


“그래서 더 알아보지도 않고 물러났단 말이야?” 아담이 전화기를 내려놓으며 말했다.
“그래요, 아담. 그냥 물러났어요.”
자존심이 상한 로레인은 아담이 책상에 올려놓은 씨앗 그릇에 손을 뻗었다. 하지만 씨앗을 집기 전에 아담의 손이 그녀의 손을 탁 쳤다.
“당신은 좋아하지 않을 거야.” 아담이 퉁명스럽게 말했다.

(중략)

“그렇다면 둘이 동성 결혼을 했나 보군.”
로레인은 아담이 누구에게 문자를 보냈는지 궁금해 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중략)

로레인은 주머니에서 쪽지를 꺼내 아담에게 건넸다. 아담은 주소를 살펴보더니 똑같이 왕방울만 한 눈을 하고서 로레인을 쳐다봤다. 그러더니 씨앗 그릇을 그녀 쪽으로 슬쩍 밀면서 말했다.
“이걸 왜 이제야 보여줘?”


아래는 나도 부모이다 보니 공감가는 구절들이었다. 저정도 고민을 하려면 우리 애들은 아직 한참 커야겠지만. (…)


로레인은 한동안 차에서 꼼짝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를 둘러싼 세상은 여전히 쌩쌩 돌아갔다. 자동차는 거리를 따라 유유히 달렸고, 한 엄마는 옆에서 아장아장 걷는 아이와 보조를 맞추며 유모차를 밀고 갔다. 한 남자는 자전거를 멈추고 친구와 담소를 나눴고, 환경 미화원은 노란 청소차를 밀며 거리를 치웠다. 아무 일도 없는 듯 흘러가는 일상을 보니, 로레인은 다소나마 위안을 얻었다. 세상이 온통 위험천만한 일로만 가득 찬 건 아니었다.


“관심이 없다니, 그런 말이 어디 있니?” 로레인은 그레이스 옆에 앉았다. “네가 태어난 이후로 너한테 관심을 쏟지 않은 적은 한 번도 없어.”

“그런데 엄마랑 아빠는 왜 만날 싸우는 건데요? 왜 다른 부모들처럼 평범하게 살지 못하는 건데요?” 로레인은 그레이스의 말을 자르고 항변하고 싶었지만 입술을 깨물며 참았다. “스텔라와 난… 우린 늘 뒷전이었어요. 두 분은 밤마다 그놈의 일에 대해서만 떠들고 우리 기분은 전혀 살피지 않았어요. 스텔라가 귀 뚫은 건 아세요?” 로레인은 대답 대신 고개를 살짝 저었다. 마음이 너무 아팠다.

그레이스가 벌떡 일어나 싱크대로 갔다. 물을 틀고 얼굴을 닦은 후 획 돌아서서 엄마를 정면으로 노려봤다. “엄마는 늘 엄마의 세계에만 파묻혀 살아요. 자나 깨나 일이 우선이고, 일이 안 풀리면 술을 마시거나 아빠를 쪼아대죠. 아빠가 도대체 엄마한테 뭘 어쨌게요? 네? 엄마가 웃는 모습을 본 게 언제인지 모르겠어요. 집에 문제가 생겨도 엄마는 아무 일도 없는 듯 태연히 살아가죠. 내가 집을 나가고 학교를 그만두고 결혼하겠다고 했는데도 엄마는 전혀 관심도 없었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