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스파이의 묘비명 (에릭 앰블러)

평범한 사람이 스파이 사건에 휘말려 겪게 되는 며칠 간의 이야기다. 뛰어나게 똑똑하지도 강하지도 않은, 정말 평범한 사람이 엄청난 스트레스 상황에서 어려움을 헤쳐나가는 과정을 그린 소설. 1인칭 심리소설로 서술해서 더 사실적으로 다가오는 듯 하다. 예전에 읽은 “심플 플랜”도 생각나는 부분.

스파이라고 해서 007이나 마타하리처럼 특별한 사람이 아닌, 주변의 어떤 사람이라도 될 수 있다는 점을 잘 표현한 것 같다. 주인공도 모든 주변 인물들을 의심하고, 마지막에는 얼추 맞추기는 하는데, 그 추리(?) 논리가 허접하다. 얻어 걸렸다는 뜻. 그리고 딱히 주인공의 활약으로 잡히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마지막의 마지막에서 어떤 반전이 있는데 그부분이 살짝 섬뜩하다.

같은 작가의 단편 하나가 더 실려있다. 제목은 “에메랄드 빛 하늘의 비밀”. 이건 특별한 건 모르겠다. 범인을 예상했음…

마지막에 실린 단편은 데이비드 일리의 “세일링 클럽”. 이 작품은 오래 전에 어떤 단편집에서 엄청 재밌게 봤어서 기억에 남아 있는데, 몇 년 전에 다시 읽어보려고 뒤지고 또 뒤지다가 못 찾고 영어 원문을 우연히 찾아서 나중에 직접 번역해보려고 보관중이었던 것. 사실 얼마 전에 읽은 추리 단편선 두 권도 이거 찾다가 장바구니에 넣어놨던 건데, 여기서 우연히 만나서 대단히 반가웠다. 마지막 반전이 한두 단락에서 갑자기 일어나고 끝나는데… 아무튼 상당히 재밌는 단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