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시 (쓰네카와 고타로)

진짜 재밌었다. 전혀 기대하지 않았다가 횡재한 기분이라고 할까. 제12회 일본호러소설 대상 수상작이라는데 호러라기 보다는 판타지가 맞는 것 같다. 영화로 만든다면 선혈이 낭자한 장면은 있을 수 있지만 비명 소리가 나올만한 장면은 없을 것이다.

누구나 한 번 쯤 상상해 보았을만한 그런 ‘세상’을 잘 표현했다. 익숙한 풍경에서 고개만 돌렸는데 갑자기 다른 세상에 온 것 같은 기분. 낯선 곳에 혼자 있을 때 “공기의 질이 미묘하게 다른” 느낌. 그리고 그런 세상을 마음대로 드나드는 사람이나 ‘요괴’가 있을 것이라는 상상. 이것은 실제 세상에서 일어나는 미스테리한 사건들에 대한 대답이 될 수도 있겠다.

렌이나 유지는 작가만의 세상 속에서 영원히 갖혀있겠지만, 잊고 싶지 않다. 물론 작가의 이름도 기억해야겠다.


출구 없는 어두운 골목에서 요괴에게 자근자근 쫓긴다. 어느 집 창문에서나 불빛이 새어나오고 있지만 아무리 소리쳐도 목소리가 전해지지 않는 악몽을 떠올린 것이다.


개중에는 남자나 여자로 둔갑하고 밖으로 나가 몇십 년이나 평범한 인간으로 사는 놈들도 있어. 직장도 다니고 결혼도 하고…… 그러다가 어느 날 모든 것을 남겨두고 고도로 돌아오지. 그런 생활을 몇백 년이나 거듭하는 놈들도 있다니까.


어린아이였으니까. ‘구멍’의 미묘한 공기의 흐름을 느끼고 외계의 냄새를 본능적으로 맡았을 거야.


어떤 기적을 만나든 간에 생명을 얻는다는 것은 그런 것 아닙니까? 그 시작부터 끝까지 각오와 희생이 필요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