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리보다는 서스펜스였다. 독자와의 머리 싸움을 하는 요소는 없다. 어떤 사건이 일어나기 전에 긴장감을 최고조로 이끄는 능력이 너무 대단해서, 글을 읽는데 이렇게 가슴이 두근거린 것이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오히려 사건이 일어나고 나면 담담한 묘사를 읽으며 생각할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무려 93년 책인데 이제 알았다니… 책을 보고 나서 영화도 봤는데 약간 다르고 더 슬픈 결말이어서 다른 느낌이 있었다.
악하기 때문에 악을 선택하는 사람은 없다. 단지 선을 추구하고 행복을 찾다가 그렇게 될 뿐이다.
매리 월스톤크래프트
나는 몸서리치며 깨달았다. 내 주위 사람들의 행동을 예측할 수 없는 것은 물론, 내 자신의 행동도 확실하게 예측할 수 없었다. 나쁜 징후 같았다. 지도도 없이 낯선 땅에서 헤매게 됐다는 표시 같았다. 우리는 길을 잃은 것이나 다름없었다.
“사람들이 자기를 어떻게 보는지 생각해봐. 자기는 그냥 평범한 사람이야. 친절하고, 다정하고, 정상적인 사람. 자기가 그런 일을 할 수 있다고 믿을 사람은 아무도 없어.”
나는 함정에 빠졌다. 이제부터는, 나는 그 돈의 절대적인 필요성이 시키는 바를 그대로 따를 수밖에 없으리라. 욕구에 따른 선택이 아닌, 어쩔 수 없는 선택이 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