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까지 나의 최애 무협. 가장 매력적인 주인공인 양과. 가장 아름답다고 묘사되는 소용녀.
사조영웅전과 마찬가지로 개정판이어서 조금씩 다른 부분이 많다. 번역이 다르기 때문일 수도 있고 내 기억이 흐려졌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일단 양과와 소용녀의 정이 싹 트는 과정이 추가되었다. 별다른 사건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작가 서술에 의해 두 주인공은 미처 깨닫지 못했지만, 고묘 안에서 몇 년을 사는 동안 이미 깊은 사랑에 빠진 것이라는 설명이 추가되었다. 임조영이 옥녀심경을 만들 때의 마음도 더 자세하게 서술된 것 같다.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절정곡에서 양과와 공손녹악이 지하에 떨어진 후 상황도 약간 변했다. 처음 떨어진 이후 누군가를 발견하기까지의 과정이 달라졌다.
금륜국사의 최후도 조금 바뀌었다. 곽양에 대한 애정이 생겼다는 설명은 구판에도 있었지만, 조금 더 동정과 애석함을 느낄 수 있도록 추가된 듯 하다.
특히 마지막에 화산에서 각원대사와 장군보가 등장하며, 구양진경에 대한 얘기가 명확하게 나온다. 구판에서는 이부분이 전혀 없었다. (아무튼 기억에 없다.) 그래서 의천도룡기 도입부에서 곽양과 각원대사가 화산에서 양과와 어쩌구 한 부분이 전혀 이해가 되지 않았었는데, 구판 번역에서 생략이 된 건지 원래 김용의 초판에 없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리고 구음진경과 구양진경에 대해서 예전에는 뭔가 뒤섞이고 혼재되어 뭐가 뭔지 분간이 되지 않았는데, 개정판에서는 두 경서가 명확히 다른 것이라는 것을 설명해 놓았다. 의천도룡기에서 구양진경이 등장하는 것에 대한 복선도 있다.
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겠으나… 크게 중요한 것은 아니라 생각하고 - 아이러니한 부분은 구양봉의 양아들이 된 양과가 구양봉의 친아들을 죽인 양강의 아들이라는 점.
개인적으로 크게 감동적이었던 부분은 홍칠공과 구양봉의 마지막 에피소드. 가장 무협지답게 모든 갈등이 해소되었다고 본다.
사조영웅전에서도 비슷하게 느꼈지만, 머리가 좋고 생각이 많은 캐릭터들 때문에 사건은 더 꼬여간다. 그저 한 번 넘기면 될만한 상황에서도 몇 번을 앞질러 생각하고 대비(?)한 덕분에 지나갈만한 상황도 복잡해져만 간다.
구판에서는 본 기억이 없는 정영의 한 마디:
복수를 하지 말라고는 하지 않을게요. 하지만 행동에 옮기기 전 꼭 세 번은 다시 생각해 주세요. 제가 한 말 잊지 마세요. 원수를 잘못 안 게 아닐까, 혹 잘못 알았다면 어떻게 할까? 또 정말 행동을 해야 할 때가 오더라도 다시 한 번 신중히 생각하겠다고 약속해 주세요. 절대 후회하지 않도록 행동하겠다고요.
이 말대로라면 사조영웅전부터 이때까지 모든 갈등은 일어나지도 않았을 것…
예전에 블로그에 남긴 구절이 있는데 신판 번역으로 다시 남겨본다.
양과는 친구와 적이 이토록 분명한 이유가 바로 자신의 천성에서 비롯된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양과 스스로가 자신의 뜻과 맞는 사람에게는 성의껏 잘 대해 주고, 맞지 않는 사람에게는 철천지원수처럼 대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도 마찬가지로 자신을 그렇게 대한다는 사실을 몰랐던 것이다.
주인공의 특이한 성격도 그렇고, 독고구패라는 존재도 그렇고, 양과가 팔이 잘린 후 오히려 무공이 일취월장하는 과정까지 너무나 매력적인 성장 스토리가 마음에 든다. 타고난 성격때문에 여기저기 정을 남기기는 하지만, 결국 16년이라는 세월을 넘어 다시 만나고 소용녀와 맺어지는 점도 매력적이다. 정말 절절한 러브스토리…
다른 작품들은 몰라도 신조협려는 몇 번을 다시 읽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