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신조협려가 최애 무협이라고 썼지만 어쩌면 바뀔 수도 있을 것 같다. 아직 바뀐 건 아니지만 신조협려와 소오강호를 한두 번 더 읽으면 바뀔 수도…
일단 주인공 영호충이 예전에 읽었을 때보다 마음에 든다. 어릴 땐 옛 사랑이나 사부에게 집착(?)하는 모습도 마음에 들지 않았고, 검을 들지 않으면 무공이 별로인 점, 딱히 성장이라기 보다는 독고구검 전수 한 번 받고 이후로 도긴개긴(?)인 점 등… 별로 좋아하지 않았던 캐릭터인데 다시 읽고 나니 이렇게 매력적인 캐릭터가 없다. 여전히 양과를 좋아하지만 영호충도 비슷한 수준으로 마음 속에 자리 잡았다. 악영산과 악불군, 혹은 화산파에 미련을 두기는 하지만 소설 속 배경이 되는 시대 안에서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느껴지고, 임영영 역시 그가 악영산에 대한 정을 잊지 못하는 점까지 - 의리가 있고 한 번 정을 주면 배신하지 않는 다는 점을 - 사랑해 주기 때문에, 납득할 수 있는 부분이다. 정사의 구분에 대해서도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가치관이 변해가는 입체적인 캐릭터를 보여주기도 하고. 작가의 신묘한 능력 덕분이겠지만, 사조와 신조에서 주인공의 무공이 발전해 가면서 서서히 그 레벨(?)에 상응하는 위기 상황을 만들어 내는데, 소오강호에서도 마찬가지로 영호충이 사건마다 그때 당시의 상황에 따라 - 검이 있고 없고, 혹은 부상이 있고 없고 - 적절한 위기 상황을 적절히 넘기는 점… 그리고 평소 호탕하고 유쾌하고 농담도 잘하고, 배포도 크고 광명정대한 점 등 여러가지로 좋아하지 않을 수 없는 캐릭터이다. 또한 앞서 얘기한 이유도 포함해서 임영영도 다른 여주들 못지 않게 정말 매력적인 캐릭터다.
사조삼부곡 감상에도 썼던 반복되는 얘기지만, 그리고 이런 상황이 아니었다면 애초에 소설이 쓰여질 이유도 없었겠지만(…) 초반 유정풍 금분세수 부분에서 왜 정사는 양립할 수 없다며 다짜고짜 사람을 죽이고 살리려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문득 현대 정치계와도 비슷하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굳이 유정풍의 금분세수를 막을 필요가 있었을까? 그렇게 마교가 싫으면 지들이 알아서 싸우면 되는 것 아닌가? 유정풍이 은퇴하고 나서 뭔가 공작을 꾸며 정파에 해가 될 일을 하는 것이 두려웠는가? 그렇다고 해도 은퇴 이후 막으면 될 일이지 왜 은퇴 자체를 막는가? 소오강호는 딱히 시대 배경을 밝히고 있지는 않지만, 의천도룡기 시대에 이미 정파와 명교가 화합했는데 왜 역사는 반복되는 것인가?
특이점이라면 다른 작품들과 다르게 주인공이 제대로 된(?) 문파의 제자이고, 많은 사형제들이 있으며 서로 굉장히 화목하다는 점. 초반에는 굉장히 강조되는데, 이게 어찌 보면 미래 사건에 대한 복선일 수도 있겠다. 그리고 사조. 신조. 의천. 천룡까지 주인공들은 강한 내공을 바탕으로 고수가 되지만 영호충은 양과의 독고구검과는 다른 일면을 보여주며 초식만으로 고수가 된다.
구판과 신판의 차이는 별로 없는 것 같다. 예전에 한 번 읽고 2003년판 드라마를 봤을 때와 큰 차이가 없다. 검색해봐도 세부적인 디테일만 변화한 듯 하다.
가상의(글로만 표현된) 음악을 실제로 만들기는 당연히 너무나 어려운 일이겠지만, 소오강호곡을 한 번 쯤 들어보고 싶다.
아래는 소설에 소오강호곡의 모티브(?)가 되었다는 ‘광릉산(广陵散)’ 중, 소설 분위기와 가장 비슷하다고 느낀 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