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멸세계 (무라타 사야카)

의도적으로 불편함을 느끼게 하는 설정과 내용이라는 것을 머리로 이해는 하겠고, 덕분에 정상과 비정상의 개념에 대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배경이 일본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정상과 비정상, 남성과 여성, 가족과 사회 비틀기가 더 의미있게 다가오는 것 같다. 그러나 이야기가 재미가 없다. 특히 결말은 무슨 의도인지 도저히 모르겠다. 편의점 인간은 재밌다던데 다음에..


“인간은 점점 진화를 거듭해서 영혼의 형태며 본능도 바뀌어가잖아. 완성된 동물 같은 건 이 세상에 없으니 완성된 본능도 존재하지 않지. 누구나 진화의 과정에 있는 동물일 뿐이야. 그러니까 세상의 상식과 부합하든 하지 않든 그건 우연에 불과하고, 다음 순간에는 무엇이 옳은지 판단할 수 없어지는 거지.”


“우리는 진화의 순간을 살아가는 거야. 언제나 그 길을 가는 ‘도중’이라고.”


정상이라는 것만큼 소름 끼치는 광기는 없다. 이미 미쳐 있는데도 이렇게 올바르다니.


“엄마는 세뇌되지 않았다고 장담할 수 있어? 세뇌되지 않은 뇌가 이 세상에 존재하기는 해? 그럴 바에야 이 세상에 가장 적합한 광기로 미치는 게 훨씬 낫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