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백 작품을 정주행하던 와중에, 계속 김용 작품을 다시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원래는 김용 작품도 출간 순서대로 정주행 해볼까 했는데, 일단 가장 유명하고 나도 재미있게 읽었던 작품들 먼저 다시 읽기로 했다. 내가 읽었던 것은 과거 고려원 “영웅문” 3부작이나 해적판 등이고 최근(?)에 작가가 직접 수정 보완한 개정판들도 나왔으므로 새롭게 읽기 좋겠다 싶었다.
여담으로 김용 정주행은 그동안 애용하던 리디를 버리고(?) 밀리의 서재를 구독해서 시작했다. 리디에서 모든 작품을 사려면 아무래도 금액이 부담되고… 읽는 속도로 봤을 때 한 달에 몇 권 이상 읽을 수 있으니 밀리에서 읽으면 이득이라는 판단이었다. 덕분에 리디페이퍼 3세대는 잠시 넣어두고 휴대폰으로만 읽다가 태블릿도 하나 들이게 되었다…
일단 구판과 개정판을 비교해 보자면, 우선 도입부가 조금 다르다. 구판에서는 처음부터 구처기가 등장하는데 개정판에서는 약간의 상황이 추가되었다. 곡영풍이 주막을 운영하고 있고 거기서 곽소천과 양철심이 술을 마신다. 나중에 사건의 주요 장소(?)로 등장할 주막에 대한 내용이 추가된 것.
전체적으로 세부적인 사항이 조금씩 다른 부분들이 있다. 개정판에서 쓸데 없는 부연 설명이 많이 추가된 것 같다. 과거의 기억이기도 하고, 번역이 다르기 때문인지 모르겠으나 주변 인물 격인 사람들도 몇몇 생략된 것 같다. 특히 시골 초막에서 불새(?)같은 것과 등장했던 진남금은 통채로 덜어낸 듯. 그 결과 양강은 목염자와만 이루어지게(?) 된다.
처음 읽을 때도 그랬지만 다시 보면서 절실하게 느낀 것은, 제발 섣불리 판단해서 행동하지 말고, 쓸데없는 자존심 세우지 말고 천천히 차근차근 말로 풀어가면 많은 갈등을 피해갈 수 있다는 것. 사실 구처기의 불같은 성격이 아니었다면 소설 내의 굵직한 사건들은 일어나지도 않았을 것이다.
어쨌든 나에게 있어서는 무협의 교과서와도 같은 책. 주인공이 어느날 짜잔! 하고 최강자가 되서 다 쓸어버리는 것이 아니라 단계적으로 인연을 만나 아슬아슬하게 조금씩 상황을 타개해 나간다는 점이 가장 매력적이다. 이후 신조협려나 다른 작품들을 보고 나서 생각해 보면 조금 평이하고 지루한 면도 있지만… 역시 한 번 시작하면 끝까지 손을 떼기 어려운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