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아마 토르와 어벤저스 때문에 히트친 게 아닐까 생각했고 큰 기대는 안 했는데, 기대하지 않은 것에 비하면 쏠쏠하게 재밌었다. 마블 영화 시리즈는 아이언맨 몇 개 빼고는 안 봤지만 토르, 로키, 오딘 이름 정도는 알고 있었다. 그리고 와우를 했던 경험도 있어서 친숙한 이름이 꽤 된다. 에피소드 하나의 분량이 적당해서 시간날 때마다 한 편 씩 읽기 딱 좋았다.
신화나 전설을 읽어보면 우리가 이렇게 살게된 이유, 또는 어떤 사물이 그렇게 생긴 이유 등을 설명하는 에피소드가 많은 것 같다. 이 책에도 연어의 꼬리 부분이 몸통보다 가늘어진 이유라던가, 어떤 사람들은 시와 노래 등 문학적 재능이 뛰어나고 나머지는 그렇지 않은 이유 등 재밌는 이야기가 몇 개 있다.
그리고 신들의 마지막 대전투라는 “라그나로크”를 보면 마지막에 핵폭탄이 떨어지고 방사능재가 내리는 것이 연상된다. 다른 종교나 예언(?) 등에도 비슷한 얘기가 많은 것 같은 게 내가 착각하는 것인지 그러한 얘기들이 북유럽신화의 영향을 받은 것인지.. 그리고 종말 후 새로운 생명이 탄생하며 새로운 세상이 시작된다는 패턴도 많이 본 것 같다. 결국 인간의 상상력이란 다들 비슷한 것인가. 부조리가 가득찬 세상을 갈아 엎고 새로운 시대가 시작되는 것이 낫다는 염세주의적인 생각도 과거부터 꾸준히 이어져 내려오는 전통(?)인 것인가 하는 생각도 든다.
아래가 종말의 묘사.
세상은 수르트의 화염 속에서 화장된다. 육지로 범람한 바다는 수증기가 된다. 마지막 불꽃이 격렬히 타오르다가 서서히 깜박거리더니 이윽고 꺼져버린다. 하늘에서는 검은 재가 눈처럼 내린다.
아래는 새생명과 새시대. ‘생명’과 ‘생명에 대한 갈망’이라는 비유가 왠지 재미있게 느껴진다.
이그드라실의 몸통에 인간 두 명이 안전하게 몸을 숨기고 있어. 여자의 이름은 ‘생명’이고 남자의 이름은 ‘생명에 대한 갈망’이지. 그들의 후손이 지상에서 살게 될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