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림서부 (컵라면)

색다른 배경과 설정이 돋보였던 소설. 현실에서 무협 소설로만 접하던 무공이 실제로 존재하는 세상으로 회귀(?)한 주인공. 중원에는 한제국이 있고, 주인공이 알던 역사와는 달리 천년을 이어져 오고 있으며, 중원인이 아메리카 신대륙을 발견했다는 가상의 역사.
신대륙 서부는 제국 대신 무림맹이 장악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고, 동부에서는 마궁이 세력을 키우고 있다.

신대륙인만큼 아메리카 원주민이 나오고, 백인 흑인 등도 등장한다. 그리고 다양한 인종에 따른 다양한 무공의 갈래가 그럴듯하게 묘사된다. 중원의 무공, 원주민이 쓰는 자연(정령)의 힘, 동서양의 주술과 판타지적 마법까지 나오는데 이게 어색하지가 않고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초반에는 서부영화 스타일로 1:1 결투에 강한 방향으로 무공이 발전했다고 계속 설명하는데, 결국 고수들은 다들 주인공처럼 잘 싸운다… 나름대로 서부식의 분위기도 잘 묘사가 되었고, 나중에는 늑대인간도 등장하고, 열차강도까지 나온다. 작가 스스로 서부로 시작했다가 무협으로 끝났다고 인터뷰 했다는데, 그래서 아쉬운 마음에 진서하 외전까지 나오게 되었나보다. 그저 감사할 따름.

개인적으로 사부님이 아닌 스승님이라고 부르는게 인상적이었다. 작가가 의도한 것인지 무의식적으로 스승님이라고 쓰다보니 그렇게 된 것인지 모르지만.
주인공이 거의 등선의 경지에 오르기 직전에 “내면의 거인”이 등장하는데, 이또한 그러한 경지에 대한 새로운 묘사여서 좋았다.

새롭고 낭만있고 재미있는 무협. 웹툰도 보고 있는데 그림체도 신선하고 장건과 양굉을 아주 잘 묘사하고 있어서 좋다.


그렇게 한 자리에 멈춰서 고이고 썩어버린 자들과는 다르게 장운과 단상운은 장가 상회를 삶의 터전으로 삼아 자기 일을 사랑하고, 가족을 사랑하며 살아가고 있었다. 그건 세상의 거대한 규칙이나 질서를 정하는 중요한 일을 맡지 않더라도 얼마든지 충실히 살 수 있음을, 그리고 그것이 진정한 위대함이란 걸 보여주었다.


선하고 숭고한 생각도, 지저분하고 추악한 생각도 모두 그의 마음이었다. 그 사이에 굳이 어떤 벽을 치고 한쪽을 없애버려야 할 것으로 취급하고 싶지 않았다. 자기 자신을 용납할 수 없는 자는 타인도 용서할 수 없다.


“그래. 한낱 무협지광. 그게 나다.”
녀석이 눈을 깜빡거리는 게 보였다. 너무나 맑은 눈. 장건은 그를 마주 보며 웃었다.
“그리고 난 한 번도 그게 부끄러웠던 적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