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다른 작품 정주행 후 2회차 완독…
요약하자면,
무협 비틀기, 광마의 자아 찾기, 자신의 마음 들여다 보기, 셀프 치유의 과정, 모두가 성장하는 소설, 일하는 사람들에 대한 존중, 진정한 리더란 무엇인가.
맨날 싸우는 남자는 언젠가 미칠 가능성이 크고, 맨날 일하는 남자는 언젠가 바보가 될 확률이 높다. 또한, 맨날 노는 남자는 조만간에 비참해지기 마련이다. 그래서 웬만하면 적당히 싸우거나 일하고, 때때로 놀고, 별일이 없을 때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사내라면 문주님처럼 점소이로 출발해서 객잔도 운영하고, 객잔을 운영하다가 돈을 벌어서 표국 일도 하고 상단도 키우고 예쁜 여자랑 혼인하고 꿈을 크게 가져야 하지 않겠습니까?”
“너는 계획이 다 있구나. 야망이 있네.”
“문주님은 계획이 있으십니까?”
“있지.”
“뭐에요?”
“너 같은 놈들이 계획대로 살 수 있게 하는 것이 내 계획이다.”
“엄청나네요.”
“할머니께서 약자들과 배고픈 자들을 돕는 것을 너무 오랫동안 지켜봤기 때문이야. 내가 선을 넘은 나쁜 짓을 한다는 것은 애초에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지. 내가 도저히 넘을 수 없는 선을 외할머니께서 명확하게 그어두셨던 셈이랄까.”
목적이 분명하면 늙거나 병드는 것도 여정을 방해할 수 없다.
‘어른’의 경지가 있다면 이 사내는 그 끝에 닿은 사내다. 아무도 믿지 않고, 누구에게도 기대지 않으며, 인간에 대한 잡다한 희망을 버린 사내. 남들보다 더 어른이 된다는 것은 이처럼 메마른 일이다.
아래는 작년 9월 처음 읽고 쓴 것.
오랜만에 아주 새로운 무협이었다. 일단 1인칭 시점이어서 신선했다. 본인의 오락가락하는 심리 묘사나 각종 애드립들.. 무공에 대한 묘사 등도 1인칭이어서 더 재밌게 느꼈다. 물론 진행하다가 다른 인물의 행보를 묘사할 때는 3인칭으로 변경되기도 한다. 나중에 검색해 보니 유명한 웹무협소설 중 1인칭이 꽤 있는 모양.
시대적 배경을 아예 구파일방이라는 전통적인(?) 구도가 만들어지기 이전으로 잡아서 주요 인물들이 만들어가는 무협 세계관이라는 점도 흥미로운 포인트. 제자백가의 서생 세력이라는 작가만의 새로운 아이디어도 굉장히 신선했다.
육두문자와 현대식 개드립이 난무해서 호불호는 갈릴 것 같고, 개인적으로는 너무 웃겨서 낄낄대곤 했지만, 전체적인 주제의식은 진지하고 흠 잡을 데가 없다. “일하는 사람들”을 착취하지 말아라. 운명은 본인이 개척하는 것이다. (본인이 선택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부끄러워 할 필요가 없지만, 본인이 선택한 직업이나 행동은 책임져야 한다.)
이정도 책이라면 김용 작품들처럼 나중에 다시 읽을 가능성이 충분하다. 다만 분량이 심하게 많은 듯… 물론 재밌어서 금방 읽히지만.
위에 언급한 주제의식을 담은 명대사들이 많은데, 대부분 스포일러성 발언이 포함되어 있어서 굳이 기록은 하지 않는다.
작가의 다른 작품들부터 정주행할 예정.